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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향기날리고(전주 한옥마을 수채화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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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가을부터 겨울 내내 연을 그렸다.
시들어 말라빠진 연잎을 그리면서 나도 말라깽이가 되어 가는듯 누추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약간의 우수에 잠긴듯 느껴지는 연잎의 쓸쓸함은 신기하게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생기가 되어 되돌아 온다.
주말이면 홀로 온 종일 추운 화실에 웅크리고 앉아 몇 달째 연과 씨름했다.
왠지 푸르고 싱싱한 연보다 시들어가는 마른 연잎이 더 가슴에 다가온다.
쇠락해 가는 가문의 뒤뜰과도 같고, 패한 장수의 조촐한 초저녁 술상과도 같아 쓸쓸하지만,
풍부하게 깃들어 있는 사연들이 좋아 즐겨 그린다.
소멸하는 것에도 아름다움이 있는가.
탄생이 아름다운 것이라면, 소멸도 아름다워야 한다.
탄생과 소멸은 순환하는 것이어서 그 둘은 결국 하나이기 때문이다.
소멸하는 것에는 격정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평화로움이 있다.
자기 희생의 숭고함이 느껴지는 시든 연잎에서,
나는 문득 마음 실어둘 곳을 발견하고 위안을 얻는다.
연-겨울연가 (100호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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